Page 29 - 루게릭병은 불치병이 아니며 꼭 정복되고야 말 질병입니다
P. 29
손님처럼 가족들이 왔다가 떠나가는 나의 침대는 늘 고립무원. 행동반경
을 벗어난 TV 리모컨의 위치는 불과 내 손끝에서 한 뼘 위. 하지만 내
손이 닿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다. 목소리의 기능이 없어지면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워졌고 침대는 점점 나만의 세상으로 고립되는 느낌이
다.
나는 꿈을 꾼다. 지금 이정도로 장애가 멈춰 주기를 말이다.
나는 꿈을 꾼다. 아직은 기능이 남아있는 내 손가락으로 제어할 수 있는
침대, 나의 방, 나의 집을 말이다.
여름부터 겨울이 오도록 반쯤 죽은 목숨으로 지냈다. 이른바 와상 장애
인이 된 것이다. 고귀한 인간성을 앞세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인간성
을 잃고 싶지도 않다. 단지, 침대 위의 인생이라고 해서 세상에서 소외
당하는 건 너무 억울하다. 나와 같은 와상장애인들이 장애를 이겨내고
스스로 일상을 해결하는 방법이 세상에는 정녕 없단 말인가.
나는 지난봄에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와상장애
인을 위한 시스템에 대한 소감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잠시 그때의 글을
인용해보면 - ‘전동침대. 전후좌우 상하의 조절이 가능해서 와상장애인
들에게 필수적인 적절한 자세변환이 가능하고, 욕창을 방지하는 공기 순
환식 에어매트가 있다.
- 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