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루게릭병은 불치병이 아니며 꼭 정복되고야 말 질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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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의 잔인함은 장애의 정도와 비례하여 훨씬 더 명료해 지는 의식에
있다. 바짝 마른 나무토막처럼 굳어가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매일 마다
바라다보는 고통.
그렇게 죽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가족의 고통.
그러나 루게릭병의 현실은 한마디로 암울할 뿐이다. 현재 루게릭병 환자
들이 그리는 궤적은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발병이후 병명
을 찾기 위하여 지루한 병원순례, 환자들 마다 국내의 모든 대학병원을
넘나들며 근전도, 심전도, MRI, CT, 혈액검사, 조직검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마치고 최후통첩으로 받는 의사의 판정이 바로 루게릭병이
며 그 순간부터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빈틈없이 준비된 데이터를 쥔 의사는 잊지 않고 덧붙인다. 현대 의학으
로는 아직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입니다.”
양방이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해주는 의학적 기여나 배려는 그 한마디가
마지막이다. 그들은 절대 데이터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환자들에게 해
주지 않는다.
환자 수의 희귀성은 사업의 영세성을 말한다. 즉, 신약을 개발할 사업성
도 없고, 몇몇 되지도 않는 환자를 위한 의료장비 개발도 매력이 없는
운명을 루게릭병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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